메디컬 아로마테라피는 ‘무엇을 쓸 것인가’보다 ‘어디까지 개입할 것인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와 관련된 상담을 하다 보면 의외로 가장 어려운 질문은 “어떤 에센셜오일이 좋습니까?”가 아니다. 정말 어려운 것은 “이 사람에게 지금 에센셜오일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가?”를 판단하는 일이다.
최근 한 사례를 접했다.
만 8세 남자아이로, 중등(경증과 중증 사이)도 정도의 천식을 가지고 있다. 매일 아침과 저녁으로 흡입용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고 있으며 갑자기 숨쉬기가 힘들어질 때를 대비해 살부타몰(Salbutamol), 흔히 벤토린(Ventolin)이라고 부르는 응급용 흡입기도 항상 가지고 다닌다.
천식은 주로 봄철 꽃가루와 집먼지진드기에 의해 악화되는 알레르기성 천식이라고 한다. 평소에는 비교적 괜찮지만 감기에 걸리거나 환절기가 되면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밤에 심하게 기침을 하고, 때로는 쌕쌕 거리는 듯한 호흡 증상도 나타난다고 한다. 여기에 가벼운 아토피 피부염과 물 같은 콧물이 흐르는 알레르기성 비염도 함께 가지고 있다.
이런 사례를 접하면 아로마테라피스트는 어떤 생각부터 해야 할까. 아마도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는 유칼립투스(Eucalyptus), 라빈차라(Ravintsara), 티트리(Tea Tree), 라벤더(Lavender)처럼 호흡기계에 흔히 사용되는 에센셜오일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의 접근은 바로 그 지점에서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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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식이라는 병명을 보자마자 오일을 고르는 것은 너무 빠르다
아로마테라피는 오랫동안 ‘질환별 추천 오일’의 형태로 소개되어 왔다.
감기에는 유칼립투스, 긴장에는 라벤더, 소화불량에는 페퍼민트, 근육통에는 마조람과 같은 식이다.
이러한 분류는 초보자가 에센셜오일을 이해하는 데에는 편리하다. 그러나 실제 상담에 그대로 적용하면 문제가 생긴다. 특히 천식처럼 기도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질환에서는 더욱 그렇다.
천식 환자의 기도는 일반인보다 다양한 자극에 민감할 수 있다. 꽃가루나 집먼지진드기뿐 아니라 담배연기, 대기오염, 강한 냄새, 향료와 같은 자극이 일부 사람에게는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호흡기가 불편하니 향을 흡입시키자”는 단순한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스트는 먼저 질문해야 한다.
“이 아이에게 새로운 향기 자극을 추가하는 것이 정말 도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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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에게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천식의 현재 상태’이다
보호자는 아이가 중등도 천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상담에서 중요한 것은 ‘중등도’라는 명칭 자체가 아니다. 현재 천식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최근 낮 동안 기침이나 천명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 밤에 기침 때문에 깨는 일이 있는지, 운동이나 체육활동 중 숨이 차서 중단하는 경우가 있는지, 벤토린과 같은 구조용 흡입기를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를 알아보아야 한다.
최근 응급실을 방문한 적이 있는지, 급성 악화 때문에 추가적인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지도 중요하다.
즉,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스트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천식이라는 병명”보다 “현재 얼마나 잘 조절되고 있는가”
이다. 이 과정이 없이 곧바로 블렌딩을 제안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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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이 아이에게는 세 가지 문제가 함께 존재한다
이 사례를 ‘천식 환자’라는 하나의 이름으로만 바라보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실제로는 서로 다른 세 개의 증상군이 존재한다.
첫째는 천식과 관련된 하기도 증상이다. 기침과 천명, 때에 따라 나타나는 호흡곤란이 여기에 속한다.
둘째는 알레르기성 비염이다. 물 같은 콧물이 나오며, 코에서 그렁거리는 소리가 나타난다고 한다.
셋째는 아토피 피부염과 관련된 가려움이다.
이 세 가지는 한 사람에게 함께 나타나지만 반드시 하나의 블렌딩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에서는 하나의 사람에게 여러 증상이 존재할 때 각각의 증상을 분리해서 바라보는 것 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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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은 ‘우리가 개입해도 되는 부분’이다
이 사례에서 천식 자체는 이미 의료적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아이는 매일 흡입용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고 있고, 급성 증상이 나타날 때 사용할 살부타몰 흡입기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아로마테라피가 이 치료를 대신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설명은 해서는 안 된다.
“이 오일을 사용하면 스테로이드 흡입제 사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숨이 차기 시작하면 먼저 이 오일을 흡입해보세요.”
“벤토린 대신 이 블렌딩을 사용해보세요.”
이것은 보완적 관리의 범위를 넘어선다.
특히 아이가 갑자기 호흡하기 힘들어하거나 심하게 쌕쌕거리거나 말을 이어가기 어려워하는 경우에는 아로마테라피를 시험해볼 상황이 아니다. 이때에는 보호자가 의료진에게 안내 받은 천식 행동계획(Asthma Action Plan)에 따라 대처하고 필요한 경우 즉시 의료적 도움을 받아야 한다.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스트가 이런 상황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새로운 처치를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아로마테라피의 영역이 아니다”라고 판단하는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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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식이 있다면 디퓨저가 더 안전할까
아로마테라피에서는 흔히 피부에 바르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디퓨저를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천식에서는 이러한 접근도 신중해야 한다.
디퓨저를 사용하면 에센셜오일의 휘발성 성분이 공기 중으로 퍼진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편안하게 느껴지는 향이라 하더라도 기도가 과민한 사람에게는 자극이 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 아이처럼 이미 천식이 있고 야간 기침까지 반복되는 경우라면 침실에서 오랫동안 디퓨징하거나 베개에 오일을 떨어뜨려 밤새 흡입하게 하는 방식은 권하기 어렵다. 강한 스팀 흡입이나 얼굴 가까이에서의 직접 흡입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 사례에서 “어떤 오일을 디퓨징하면 좋을까?”라는 질문보다 먼저 해야 할 질문은 “디퓨징 자체가 필요한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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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아로마테라피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다만 목표를 바꾸어야 한다.
천식을 에센셜오일로 치료하려는 접근이 아니라, 아이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을 파악하고 생활환경을 정리하며, 아로마테라피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를 찾는 접근 이 필요하다.
이 아이에게 이미 알려진 천식 악화 요인은 꽃가루와 집먼지진드기, 감기, 환절기이다.
따라서 오일보다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증상 기록이다.
날짜별로 야외활동 여부, 꽃가루 노출, 콧물 정도, 기침, 천명, 야간 증상, 구조용 흡입기 사용 여부 등을 간단히 기록해보는 것이다.
몇 주간 기록하다 보면 어떤 상황에서 증상이 반복되는지를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 관리에서는 매우 중요한 정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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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염도 ‘비염에 좋은 오일’이라는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아이에게는 물 같은 콧물이 흐르는 알레르기성 비염도 있다. 그렇다면 다시 증상을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콧물이 주된 문제인지, 코막힘이 있는지, 재채기가 심한지, 코나 눈이 가려운지, 특정 계절에만 심한지 확인해야 한다. 밤에 코막힘 때문에 잠을 잘 자지 못하는지도 중요하다.
그리고 비염 때문에 이미 사용하고 있는 약이나 치료가 있는지도 확인한다. 이 정보를 모은 뒤에야 아로마테라피가 보조적으로 도움을 줄 여지가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천식이 동반된 아이에게는 비염 증상을 줄이기 위한 향기 흡입조차도 단순히 “비염에 좋다”는 이유만으로 권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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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피부 역시 마찬가지다
아토피 피부염이 있다는 말만 듣고 라벤더나 카모마일은 희석해 바르는 것도 적절한 첫 접근은 아니다. 우선 현재 피부 상태를 살펴야 한다.
단순히 건조하고 가려운 것인지, 붉게 염증이 올라와 있는지, 긁어서 피부가 벗겨졌는지, 진물이 나는지, 2차 감염이 의심되는 부분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현재 어떤 보습제와 치료제를 사용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아토피 피부는 피부장벽이 손상되어 있고 새로운 성분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많은 경우 새로운 에센셜오일을 추가하는 것보다 기존의 무향 보습과 의료적 피부관리를 잘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여기에서도 같은 질문이 필요하다.
“에센셜오일을 굳이 추가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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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례에는 왜 ‘천식 블렌딩 레시피’가 없는가
아마 이 글을 읽는 일부 독자는 이 칼럼의 마지막에 어떤 블렌딩이 등장할 것을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사례에서는 천식 자체를 위한 레시피를 제안하지 않는 것이 더 적절할 지도 모른다.
특히 8세 아이에게 천식 발작을 예방하거나 기관지를 확장하거나 벤토린을 보조한다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에센셜오일 블렌딩은 제시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런 접근이 메디컬 아로마테라피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이다.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지 판단하는 것 역시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의 중요한 전문성이다.
모든 상담의 결론이 반드시 에센셜오일 블렌딩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블렌딩 처방의 즉효성이 잘 맞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블렌딩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생활환경 관리가 우선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피부관리나 수면관리 정도만 보조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는 의료진에게 다시 평가받도록 안내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솔루션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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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아이에게 제시할 수 있는 현실적인 솔루션은 무엇일까
우선 현재 사용 중인 흡입용 스테로이드제와 구조용 흡입기는 담당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유지해야 한다.
보호자가 흡입기를 정확히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받았는지, 스페이서(Spacer)를 포함해 아이가 실제로 올바른 방법으로 흡입하고 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보호자가 천식이 악화되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행동계획을 알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생활환경에서는 이미 확인된 알레르겐인 집먼지진드기와 꽃가루에 대한 노출을 가능한 범위에서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향수, 실내 방향제, 향이 강한 세정제, 디퓨저 등 새로운 향기 환경이 아이의 기침이나 천명을 유발하는지도 관찰할 필요가 있다.
비염과 피부 증상은 천식과 분리하여 각각의 상태를 살펴야 한다.
이렇게 접근하면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무작정 에센셜오일을 추가하지 않고 이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관리부터 찾아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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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아로마테라피는 레시피가 아니라 판단에서 시작한다
이번 사례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하나이다. 보호자가 묻는다.
“천식에 어떤 에센셜오일이 좋습니까?”
그러나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스트의 머릿속에서는 질문이 달라져야 한다.
이 아이의 천식은 현재 잘 조절되고 있는가?
어떤 증상이 가장 문제가 되는가?
위험신호는 없는가?
현재 의료적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에센셜오일을 추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실제로 존재하는가?
오히려 향기 자극이 증상을 악화시킬 가능성은 없는가?
이 질문을 모두 거친 다음에야 비로소 “사용할 것인가, 사용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그 다음 단계에서만 필요하다면 성분과 오일, 농도, 적용방법을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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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메디컬 아로마테라피 상담은 이렇게 달라져야 한다
아로마테라피와 관련해서 독자나 회원들로부터 다양한 사례가 들어올 수 있다.
“밤마다 다리에 쥐가 납니다.”
“밥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합니다.”
“무릎이 아픈데 병원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밤에 두세 번씩 깨서 다시 잠들기 어렵습니다.”
“피부가 계속 가려운데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바로 오일 이름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순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병증과 관련된 상담 후 오일의 이름을 쉽게 제시하는 아로마테라피스트를 이제부터는 조심해야 한다.
무엇이 가장 불편한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
어떤 상황에서 악화되는가.
위험신호는 없는가.
이미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가.
아로마테라피가 실제로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은 어디인가.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거친 뒤에야 필요한 경우 약리작용과 성분, 에센셜오일을 선택해야 한다.
이것이 앞으로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증상 기반 메디컬 아로마테라피(Symptom-Based Medical Aromatherapy) 의 기본적인 접근법이다.
질환명을 보고 오일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증상을 읽는 것. 그리고 무엇을 해줄 것인가 못지않게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것.
바로 그 지점에서 메디컬 아로마테라피는 단순한 ‘에센셜오일 추천’과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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