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마테라피스트의 애매한 위치 (1)


에센셜오일과 관련된 산업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위치에 서 있는 집단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아로마테라피스트, 특히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스트일 것이다.


이들은 수년간 식물학(botany), 화학(chemistry), 약리학(pharmacology), 안전성(safety), 임상 적용(clinical application)을 공부하며 수많은 자격증을 취득하고 각종 병증에 따른 블렌딩을 설계할 수 있는 전문직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실제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기업이 만들어 놓은 완제품 블렌딩 오일(blended essential oil)이며, 그것은 막강한 마케팅과 아로마테라피와 관련된 커뮤니티 구조 속에서 확산된다.


이 지점에서 많은 아로마테라피스트가 질문한다.


“나는 너무나 전문적인데, 왜 시장은 나보다 오일회사의 블렌드를 선택하는가?”
“그들보다 더 효능이 좋은 레시피를 만들어야 경쟁이 가능한가?”
“아니면 차라리 기존 블렌딩 제품을 홍보하는 것이 현실적인가?”


이 질문은 단순히 영업 전략의 문제가 아니라, ‘직업 정체성(identity)’의 문제이며, 더 깊게는 “전문성은 무엇으로 증명되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이기도 하다.


본 기사는 이 난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고, 현재의 상황에서 아로마테라피스트가 선택할 수 있는 ‘현명한 길’을 구조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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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센셜오일 회사와의 “경쟁”을 다시 생각해 본다.



먼저 냉정하게 현실을 보자. 기업의 블렌딩 오일제품은 단순히 “오일의 혼합물”이 아니다. 그것은 다음 네 가지가 결합된 구조다.


① 에센셜오일회사의 브랜드 파워(brand power)
② 대량 유통망(distribution network)
③ 아로마테라피와 관련된 커뮤니티 (MLM/직접판매 Direct Selling 등)
④ 병증 목적을 지향하는 블렌딩 오일의 이름(예: 수면, 면역, 집중 등)


이러한 굳건한 구조에 대해 알량한 개인 아로마테라피스트가 ‘레시피의 효능’만으로 정면 승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왜냐하면 소비자는 화학적 성분보다 브랜드의 경험과 소속감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상태에서는 굳이 회사들과 경쟁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아로마테라피스트가 해야 할 첫 번째 전환은 이런 것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블렌드와 경쟁하는 직업이 아니라, 블렌드를 “해석하는” 직업이다.


에센셜오일 판매 회사에서 만드는 블렌딩 오일은 완제품이다. 그리고 아로마테라피스트는 ‘완제품형태의 블렌딩 오일을 개인 맞춤형 오일로 해석하는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이것이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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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에센셜오일회사와의 경쟁에서 아로마테라피스트들의 불리한 점



에센셜오일 회사들을 바라볼 때, 많은 아로마테라피스트들이 빠지는 함정은 다음과 같다.


“내가 저 회사의 수면 블렌드보다 더 좋은 수면 블렌드를 만들어 보아야지.”


그러나 이것은 구조적으로 매우 불리한 전략일 수 밖에 없다. 이유는 세 가지다.

① . 에센셜오일 회사의 제품은 효능이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통해 팔린다


프라나롬(Pranarôm)은 스스로를 과학 기반의 메디컬 아로마테라피 회사로 포지셔닝한다. 티저랜드(Tisserand)는 안전성과 교육의 전통을 강조한다. 도테라(doTERRA)와 영리빙(Young Living)은 직접판매 모델과 공동체 서사를 판매 전면에 둔다.
이들은 단순히 오일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 프레임(trust frame)”을 판매한다. 아로마테라피스트가 이런 신뢰의 프레임을 단기간에 구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② 블렌딩 오일은 동일한 품질의 재현성(reproducibility)을 보장한다


기업에서 만드는 블렌딩 오일 제품은 언제 사도 비슷한 향과 체감을 준다. 이것은 산업적 생산품의 강점이다.
반면 개인 아로마테라피스트가 만드는 블렌딩 오일은 각자가 선호하는 에센셜오일 종류의 차이, 보관 상태에 대한 상이점 차이, 실제 블렌딩 비율의 미세한 차이 등으로 재현성이 낮을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소비자는 복잡한 이론보다 “항상 비슷한 결과”를 선호한다.

③ 가격 경쟁은 불리하다


기업은 대량 구매와 원가 절감을 통해 가격을 통제한다. 아로마테라피스트 개인이 동일한 조건으로 경쟁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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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렇다면 아로마테라피스트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답은 “레시피 경쟁”이 아니라 “레시피 해석”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야 한다.


기업의 블렌딩 오일은 “완제품”이지만, 아로마테라피스트는 “병증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제공하는 병증 해석(disease interpretation)”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호흡기와 관련된 기업 블렌딩 오일인 “호흡기 블렌딩 오일(Respiratory Blend)”에 대해 아로마테라피스트가 효과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은;


• 감기나 독감 또는 천식 등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인지의 여부
• 환자의 기침이 단순한 건성(dry cough)의 마른 기침인가 가래를 동반하는 젖은 기침(productive cough)인가
• 단순히 기관지 수축인지 혹은 기관지의 염증성 점막 부종인지

이처럼 병증을 세분화하고 약리 성분(pharmacological constituents) 중심으로 접근하면, 이미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블렌딩 오일과는 다른 영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즉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스트로서 거듭나야 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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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로마테라피스트의 진짜 자산은 ‘레시피’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 단계가 어쩌면 가장 중요할 수 있다. 아로마테라피스트의 진짜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핵심은 사실 에센셜오일로 만드는 레시피 자체가 아니라 병증에 대해, 에센셜 오일의 성분에 대한 ‘분석 능력(analytical capacity)’일 수도 있다.


기업에서 판매되는 블렌딩 오일제품은 이미 병증에 대한 최종 결과로 판매를 유도한다. 하지만 아로마테라피스트는 이 병증에 “왜 그 약리 성분이 필요한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런 병증에는 이런 약리적인 효과가 나온다는 부연설명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에센셜오일의 약리성분의 예를 들어보면,


• 유칼립투스(Eucalyptus radiate)에 많이 들어 있는(70% 이상) 1,8-시네올(1,8-cineole) 성분은 점액 용해와 기관지 확장에 기여한다.
• 라벤더(Lavender angustifolia)에 많이 들어 있는 리날룰(linalool) 성분은 신경 진정 및 항염 작용을 보인다.
• 윈터그린(Winter green)과 베르가못(Bergamot)에 많이 들어 있는 성분들은 에스테르(ester) 계열의 성분그룹으로서 진정 및 항경련 작용을 한다.


이처럼 기업의 블렌딩 오일 제품은 이런 성분들을 포함하고 있더라도, 대부분의 소비자는 그 비율과 목적을 이해하지 못한다.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스트로서 이 역할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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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기업의 블렌딩 오일에 맞서는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스트의 새로운 역할



에센셜오일 기업들의 기성제품인 블렌딩 오일에 대해서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스트의 새로운 역할을 다음과 같다.

① 블렌딩 오일의 조합에 대한 해석자(Blend Interpreter)


기업의 블렌딩 오일을 무조건 배척할 필요는 없다. 대신 “이 블렌딩 오일은 어떤 성분 군을 중심으로 설계되었는가”를 해석해 준다.


이 순간,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스트는 단순 판매자가 아니라 전문가가 된다.

② 개인 맞춤 보정자(Custom Modifier)


기업의 블렌딩 오일이 70%의 적합성을 가진다면, 나머지 30%는 개인에 따른 보정하는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블렌딩 오일은 표준적인 약리효과를 기준으로 블렌딩되었지만, 각 개인의 상황은 각기 다를 수 있으며, 개인의 상황(병증의 정도)에 따라 레시피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센셜오일을 블렌딩할 때 기본 원칙은 개인에 따라 블렌딩의 비율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에센셜오일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 하는 테마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 이미 구매한 수면용 블렌딩 오일에 소량의 네롤리(Neroli)나 베르가못(Bergamot) 추가
• 호흡 블렌드에 환자의 상태에 맞는 블렌딩 비율 이나 희석비율 조정한다거나


결국 이러한 접근 기존의 블렌딩 오일의 제품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상위의 서비스’라는 개념이 될 수 있다.

③ 안전 기준 지킴이(Safety Supervisor)


에센셜오일 회사는 평균 소비자를 기준으로 제품을 출시한다. 하지만 사용 대상 고객 중에는 해당오일에 대한 위험 군이 존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임산부, 소아, 고령자, 기저질환 자는 고객의 평균치가 아니며 사용 시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대상일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영역까지 기업이 완전히 커버할 수는 없다. 바로 이런 부분이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스트의 활동할 수 있는 전문 영역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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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렇다면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스트의 레시피 개발은 무의미한가?



그렇지 않다. 다만 “기업의 제품과 경쟁을 하기 위해 개발하는 레시피 개발”은 무모하고 위험할 수 있다. 왜냐하면 고객을 납득시키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 대신 다음의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병증-성분 전문 데이터 구축
2. 기능기 이론(Functional Group Theory) 등, 약리성분을 기반으로 한 구조적 블렌딩
3. 안전한 블렌딩의 농도 설계
4. 임상 기록에 대한 축적


즉, 레시피는 “에센셜오일의 블렌딩 오일을 판매하는 제품”으로서가 아니라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에 대한지식 자산(knowledge asset)”으로 구축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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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스트가 선택해야 할 현명한 길



결론을 정리하면 대략 세 가지 방향으로 수렴된다.

① 블렌딩 오일의 제조자가 아니라 “블렌딩 오일의 감정사(assessor)”가 되라


마치 와인 소믈리에처럼, 와인을 감정하는 감별사 같지만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스트는 더욱 다양한 역할이 될 수 있다. 즉, 각종 병증과 더불어 에센셜오일의 블렌딩 오일을 분석하고 설명하는 전문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② 기업과 경쟁하지 말고 보완 관계가 되라


기업은 대중을 상대로 한다. 하지만 아로마테라피스트는 개인을 상대로 한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대중과 개인은 ‘대중 vs 개인’ 이라는 경쟁 구조가 아니다. 서로 보완이 가능하지만 차원이 다른 영역일 뿐이다.

③ 신뢰는 레시피가 아니라 기록으로 쌓인다


임상 적용 사례, 블렌딩 조정 과정, 오일 사용의 안전 관리, 사용결과에 대한 피드백 등의 기록이 쌓이면, 기업 블렌딩 오일은 참고 자료가 될 뿐이다.


이때부터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스트는,

“회사 제품을 홍보하는 사람”도 아니고
“회사와 경쟁하는 사람”도 아닌
“전문적 중개자(professional mediator)”이자 진정한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스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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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결론: 아로마테라피스트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 다만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



다시 정리해 보면, 지금의 에센셜오일 시장은 거대 기업 중심 구조다. 그러나 의료•건강 영역에서 가장 강력한 힘은 여전히 ‘개인화(personalization)’다.


기업이 만드는 블렌딩 오일은 평균의 고객을 향한다. 하지만 메디컬 아로마테라피는 개인을 지향한다. 평균과 개인은 충돌하지 않는다. 다만 계층이 다를 뿐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스트가 해야 할 일은 더 강한 블렌딩 오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은 해석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 순간, 블렌딩 오일은 단순한 에센셜오일 상품이 아니라 개인화된 치유도구가 된다. 그러면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스트는 단순한 판매자가 아니라 전문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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