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병의 증상에 에센셜오일을 써도 될까?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스트의 첫 번째 판단 기준


아로마테라피스트에게 들어오는 상담은 대개 단순하지 않다.


“암 환자인데 어떤 오일이 좋을까요?”
“천식이 있는 아이에게 유칼립투스를 써도 될까요?”
“오랫동안 피부가 가려운데 어떤 블렌딩이 좋습니까?”
“치매가 있는 부모님이 밤에 잠을 못 주무시는데 라벤더를 사용하면 어떨까요?”


이러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벼운 호기심으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나 가족의 질병 때문에 상당한 불안과 절박함을 가지고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상담을 받는 아로마테라피스트 역시 이러한 병증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에센셜오일에 관한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해서 암, 천식, 자가면역질환, 신경계질환, 심혈관질환, 만성 피부질환 등 수많은 질병의 병태생리를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능력은 많은 에센셜오일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이 사례에서 아로마테라피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능력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1. 자격증이 임상 판단 능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현재 아로마테라피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짧은 기간의 교육을 통해 상담자나 강사 자격을 취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에센셜오일의 기본 특성, 안전한 사용법, 블렌딩 기초를 배우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자격증 취득 이후이다. 강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이 곧바로 다양한 질병 상담에 응하거나, 수강생에게 “이 병에는 이 오일을 사용하면 된다”고 가르치기 시작한다면 교육과 임상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질병 상담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필요하다.


 질병의 원인과 병태생리,
 현대의학에서 사용하는 치료방법,
 현재 복용 중인 약물,
 에센셜오일과 약물의 상호작용 가능성,
 연령과 기저질환,
 응급상황 여부,


그리고 무엇보다도 해당 질병에 아로마테라피가 실제로 어느 정도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영역은 단순히 몇 가지 에센셜오일의 효능을 배우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따라서 협회의 자격증은 학습의 시작점이지, 모든 질병에 상담할 수 있다는 면허증이 아니다.


오히려 메디컬 아로마테라피 교육에서는 “무엇을 사용할 것인가”와 함께
“언제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가”
를 훨씬 더 중요하게 가르칠 필요가 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 다단계 네트워크 회사의 에센셜오일 블렌딩 제품은 더욱 신중하게 설명해야 한다

또 하나 주의해야 할 영역은 에센셜오일을 판매하는 다단계 마케팅회사(MLM/Multi-Level Marketing) 들의 제품 설명이다.


많은 회사가 다양한 목적의 블렌딩 오일을 판매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호흡기용, 면역 관련, 소화 관련, 수면 관련, 스트레스 관련 등의 이름을 가진 제품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제품 자체가 반드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자가 제품의 이름이나 회사에서 제공한 교육자료만을 근거로 질병에 대한 치료효과를 확대해 설명하는 경우이다. 


“이 제품은 면역력을 높이기 때문에 암 환자에게 좋습니다.”
“이 블렌딩은 호흡기용 이니까 천식에 사용하면 됩니다.”
“이 제품은 항균작용이 강해서 감염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표현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 블렌딩 제품에 특정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과 그 제품이 특정 질환의 치료제로 임상적으로 입증되었다는 것은 서로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회사의 제품설명은 일반적으로 제품의 사용목적과 마케팅 메시지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메디컬 아로마테라피 상담에서는,


 제품명보다 구성 에센셜오일
 에센셜오일보다 주요성분
 성분보다 실제 임상근거와 안전성


을 먼저 살펴야 한다.


따라서 블렌딩 제품을 상담에 활용하려면 적어도 어떤 오일이 어떤 비율로 들어 있는지, 주요성분이 무엇인지, 적용경로가 무엇인지, 대상자의 기저질환과 약물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제품 이름만 보고 “이 질병에 좋다”고 판단하는 방식은 메디컬 아로마테라피라고 보기 어렵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3. 병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

상담 요청을 받으면 처음부터 오일을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다. 먼저 다음과 같이 생각해야 한다.

a. 지금 의료진이 먼저 필요한 상황인가?


갑작스러운 흉통, 심한 호흡곤란, 의식 변화, 마비, 심한 출혈, 고열과 의식저하, 급격하게 악화되는 통증과 같은 증상이 있다면 에센셜오일보다 의료기관이 우선이다.


암, 심각한 감염질환,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장기질환 등 중대한 질병이 의심되는 경우에도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먼저이다.


이 영역에서 아로마테라피가 역할을 한다면 원질환의 치료보다는 불안, 긴장, 오심, 수면 불편, 일부 통증과 같은 증상의 보조적 관리이다.

b. 질병을 치료하려는 것인가, 증상 완화를 돕는 것인가?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암 환자에게 라벤더(Lavender)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과 라벤더가 암을 치료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이다.


국제 통합종양학 가이드라인에서는 일부 암 환자의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라벤더 흡입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불안이라는 증상에 대한 보완적 접근이지 암 자체에 대한 치료가 아니다.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의 중요한 원칙은 바로 여기에 있다. 질병을 치료하려 하지 말고, 아로마테라피가 개입 가능한 증상을 찾는 것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4. 가장 간단한 신호등 원칙

복잡한 질병을 모두 외우지 않더라도 상담에서는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빨강(Red), 노랑(Yellow) 그리고 녹색(Green)의 신호등의 개념으로 간단하게 설명해보고자 한다.


빨강(RED) — 의료진이 먼저


응급상황이거나 중대한 질병이 의심되는 경우이다.
이때는 에센셜오일 선택보다는 진단과 치료가 우선이다.
아로마테라피가 개입한다면 의료치료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보조적인 증상관리만 고려해야 한다.

노랑(YELLOW) — 의료치료가 중심, 아로마테라피는 보조


암, 천식, 당뇨, 고혈압, 만성관절질환, 신경계질환, 만성 피부질환 등 이미 진단받고 치료 중인 만성질환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 이 경우 질문은 “이 질병에 어떤 오일이 좋은가?” 가 아니라 “현재 이 사람에게 가장 불편한 증상 중 아로마테라피가 도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가 되어야 한다.


GREEN — 증상관리를 목적으로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영역


스트레스, 긴장, 일부 불안, 수면의 질 저하, 일부 통증, 오심 등은 다른 중대한 원인이 배제되어 있고 안전성이 확보된 경우 보완요법으로 검토하기 비교적 좋은 영역이다.
하지만 이 역시 모든 사람에게 같은 효과가 보장된다는 뜻은 아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5. 성분 중심의 메디컬 아로마테라피도 반드시 근거를 확인해야 한다

에센셜오일에는 실제로 약리활성효능을 가진 다양한 약리성분들이 존재한다.
리날룰(linalool), 리날릴 아세테이트(linalyl acetate), 1,8-시네올(1,8-cineole), 테르피넨-4-올(terpinen-4-ol), 멘톨(menthol) 등의 수많은, 다양한 화학성분들이 에센셜오일의 약리적인 효능을 가져오게 된다.


이러한 성분들은 다양한 에센셜오일들에 대한 연구결과를 통해, 항염, 항균, 신경계 조절 등 여러 생물학적 작용이 약리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원칙이 있다. 성분의 약리작용과 실제 질병 치료효과는 같은 것이 아니다.
시험관에서 특정 세균의 성장을 억제했다고 해서 폐렴을 에센셜오일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암세포 실험에서 세포독성이 나타났다고 해서 사람의 암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도 아니다.


따라서 성분에 근거한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의 일반적인 접근 순서는 다음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병증 확인
→ 위험도 판단
→ 목표 증상 선정
→ 임상근거 확인
→ 필요한 약리효능 설정
→ 주요성분 검토
→ 에센셜오일 선정
→ 적용방법과 안전성 결정


성분은 매우 중요하지만 성분만으로 치료효과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6. 상담자가 꼭 던져야 하는 여섯 가지 질문

병증 상담을 받았을 때 다음 질문만 기억해도 상당한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첫째, 지금 위험한가?
응급상황이나 즉각적인 의료평가가 필요한가?


둘째, 진단을 받았는가?
단순 증상인지 이미 진단된 질병인지 확인해야 한다.


셋째, 무엇을 돕고 싶은가?
질병 자체가 아니라 통증, 불안, 오심, 수면 등 구체적인 목표 증상을 정한다.


넷째, 사람에게서 사례의 근거가 있는가?
전통적 사용례, 시험관 연구, 동물연구, 인간 임상시험, 체계적 문헌고찰은 근거수준이 서로 다르다.


다섯째, 이 사람에게 안전한가?
연령, 임신, 기저질환, 약물, 알레르기, 천식 등을 확인한다.


여섯째, 효과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통증점수, 수면시간, 불안점수 등 가능한 평가기준을 정한다.


이 여섯 질문을 거친 뒤 에야 오일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7. 모르는 병증에는 모른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아로마테라피스트에게 가장 어려운 말 가운데 하나는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고백이 아니다. 오히려 전문적인 상담에서 매우 중요한 태도이다.


잘 모르는 질병에 대해서는 즉석에서 오일을 추천하기보다 병태생리와 치료방법, 현재 약물, 에센셜오일의 근거와 안전성을 확인한 뒤 답변하는 것이 훨씬 책임 있는 접근이다.


특히 협회의 선배강사나 에센셜오일 회사의 상위 사업자에게 물어보았다는 이유만으로 답변이 과학적 근거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누가 말했는가 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근거에 의해 말하고 있는가 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8. 아로마테라피스트가 신뢰를 얻는 방법

아로마테라피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무엇이든 에센셜오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과도한 주장이다.


실제 상담에서는 다음과 같은 표현이 오히려 전문적이다.


“이 질환 자체를 에센셜오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현재 겪고 있는 증상 중 아로마테라피가 보조적으로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찾아보겠습니다.”


이러한 문장은 매우 중요하다. 아로마테라피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활용 가능한 영역을 찾아가기 때문이다.


좋은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스트는 많은 오일을 권하는 사람이 아니다. 언제 사용할 수 있고, 언제 사용하지 말아야 하며, 어디까지 도울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런 접근 이야말로 자격증이나 제품설명을 넘어서는 성분과 근거에 기반한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에센셜타임즈 Essential Times – 과학과 자연이 만나는 아로마테라피의 전문 정보 플랫폼

<저작권자 ⓒ 에센셜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준 (발행인)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