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늘 숨을 쉬고 산다. 생명활동의 일부로 숨을 쉬면서 늘 의식하지는 않지만, 어떤 중요한 순간에는 숨결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며 의식과 동작의 흐름에 함께한다. 중요한 순간 정신을 집중해서 결단을 할 때의 심호흡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몸의 움직임은 호흡이 더해지며 완성된다. 들숨과 날숨이 교차되면서 긴장과 이완의 리듬을 만들고 몸과 마음을 가지런하게 이어준다. 무용수는 이런 들고나는 숨 속에서 율동을 만들고 도약과 침잠을 이어가는데, 손끝 발끝에서 마무리되는 춤의 선이 숨결과 어우러진다. 사실 스포츠의 경우도 비슷한데, 무술은 기합은 복식호흡으로 힘을 모아서 강한 날숨으로 힘을 쏟아낸다. 테니스 선수들은 공을 때리면서 기합을 넣으면 몸의 밸런스와 리듬이 잡히고 게임에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호흡으로 몸과 마음을 다스리다
운동선수들이 위기의 순간에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때론 잠깐 눈을 감고 명상을 하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호흡을 통해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고 균형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 분야의 연구들은 호흡을 통해 불필요한 긴장과 불안을 벗어날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느리고 깊은 호흡이 몸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조건을 만드는데, 불안한 상태와 반대의 조건을 조성해서 새로운 균형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 불안 상태에서 숨이 가빠지고 긴장하는 것은 생존을 위해 반응력을 높이는 일종의 생존 본능인데,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신체적 정신적 피로가 오고 심하면 발작으로 이어진다. 춤이나 스포츠에서 강조하는 복식호흡은 이런 긴장반응을 좀더 안정된 상태에서 관리하는데 도움이 되는데, 숨으로 몸을 다잡아서 안정된 균형을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요가에서는 호흡에서 목구멍을 이완시켜 날숨의 이완효과를 더욱 확대시키는 경우가 있다.
명상이 정적(靜的) 상태에서 긴장을 벗어나 안정된 상태에서 마음을 다스리고 숨은 능력을 끌어낸다면 춤은 몸의 움직임 속에서 고양된 상태와 침잠한 상태를 오가면서 마음 속의 찌꺼기를 털어낸다. 최근 무용학 분야에서는 명상을 통한 마음 챙김이 더해질 때 무용수의 불안이 효과적으로 관리되어 부상과 실수를 줄인다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필자는 춤을 수련할 때 명상으로 마음을 챙기고 이어서 굳어지고 비틀어진 몸의 곳곳을 되살리는 시간을 갖는다. 이 과정에서 호흡은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균형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충 스트레칭을 하고 춤의 동작을 익히는 경우보다 훨씬 부상 위험도 줄어들고 무엇보다 춤을 받아들여 익히는 일이 훨씬 수월하다. 주의력이 약한 청소년 수강생들은 이런 수련을 통해서 눈에 띄게 몸과 마음이 정돈되는 효과를 보곤 한다. (물론 따분하다며 투정을 부리다 그만두어 경영에 타격을 주기도 하지만.)
재활의학 분야에서는 피로와 스트레스로 마음이 복잡할 때 운동을 하면 몸의 제어기능이 흔들려서 다치는 경우가 많음을 보여주고 있다. 골프 스윙을 하다 허리가 삐끗한 것이 동작의 문제도 있지만 운동에 나서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서 컴퓨터로 말하면 프로그램들이 엉켜서 오류가 발생한 셈이라는 얘기다. 명상과 호흡으로 마음을 정돈하면 부상을 막을 수 있다.
춤으로 호흡을 배우자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시작할 때는 간단한 호흡법을 배운다. 우리의 몸이 숨을 내쉴 때 이완되고 들이 마실 때 수축되는 원리에 따라야 몸과 숨이 오롯이 움직이고 정신적으로도 집중되기 때문이다. 이 조화가 깨지면 에너지 순환이 원활하지 못해서 빨리 지치거나 부상을 입기 쉽다. 격투기의 기합은 호흡이 크게 확대된 경우이다. 춤은 완성도가 높은 동작으로 구성될수록 떠 빠르고 깊은 호흡이 요구된다.
한국무용에서는 단전을 통하는 숨의 흐름이 몸의 움직임과 어우러지면서 기(氣)를 다스린다. 발레의 호흡은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데, 앞가슴과 복부를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흉곽을 활용하는 이른바 ‘등으로 숨쉬는’ 연습을 한다. 두가지 모두 요즘 피트니스나 요가에서 강조하는 ‘코어’가 튼튼할수록 유리하다.
무용수들은 최대한 긴장을 하지 않고 자신의 몸을 조절하기 위해 노력한다. 발레의 민첩하고 우아한 동작은 바른 호흡이 더해질 때 빛을 발한다. 발레리나가 팔을 살짝 벌려서 들어올리는 폴드브라(port de bras)라는 기본동작은 새가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는 원리와 같다. 꾸준한 연습으로 숨을 더 오래 혹은 빨리 내쉬게 되면 동작에 다양성과 여유가 생기고 몸이 움직이는 선이 부드러워진다.
사실 이 원리는 어떤 춤 동작이든 비슷한데, 호흡을 염두에 두고 춤을 추다 보면 이완과 수축을 반복하며 몸과 마음을 오롯이 다스려가는 연습이 된다. 요즘 인기를 더하고 있는 댄스 프로그램을 보면 상당히 높은 수준의 동작을 보이는 재능 있는 춤꾼들이 중요한 포인트에서 호흡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본다. 호흡법의 훈련이 부족했을 수도 있지만 사실은 안무에서 호흡의 요소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흔적도 보인다.
일상 속에서 명상과 호흡으로 몸과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 하지만, 솔직히 재미가 없다. 스포츠도 좋지만 춤은 춤 나름의 재미와 효과가 있다. 특히 몸과 마음이 리듬을 타면서 어우러지는 체험은 때론 전율을 느끼게 만든다. 필자는 댄스 레슨에 향을 을 더해서 나름의 성과를 얻고 있는데, 춤을 준비하는 명상의 시간에 특히 효과적이다. 은은한 아로마 향과 함께하는 침잠의 시간이 마음 속 찌꺼기를 씻어낸다면 알싸한 불향(佛香) 속에서 따라해보는 승무(僧舞)의 동작들은 묘한 감동을 자아낸다.
들고 나는 숨결 속에서 살아 있음을 느끼고 감사하는 한 해를 만들어 봅시다.
(필자: 김수진 댄스 인스트럭터, 아그네스 인스티튜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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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객원칼럼니스트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