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춤을 추면 숨이 차도 괴롭지 않고 몸 구석구석의 아픔도 세포가 살아나는 생동감으로 다가온다. 격렬한 움직임 후엔 복잡하게 얽힌 머리 속 고민들도 가닥이 잡히곤 한다. 고대 신화나 성경에도 나오듯이 향유(香油)는 춤과 함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고양시키는데 쓰였다. 발레는 물론 여러 종류의 춤들이 공연예술이 되면서 향과 떨어졌지만, 소규모의 춤 강습에서는 아로마 오일이나 사찰에서 쓰는 선향(線香)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한때 멀어졌던 향과 춤이 다시 만난 것일까? 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과정은 곧 내 피부가 건강해지는 과정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
춤과 함께한 날들은 즐겁고 행복했다. 아쉽게 접었지만 발레는 나의 가장 빛났던 시간이었고, 댄스라는 종합예술은 지금도 늘 새로운 도전이다. 색다른 경험이었던 방송 댄스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춤을 추면 숨이 차도 괴롭지 않고 몸 구석구석의 아픔도 세포가 살아나는 생동감으로 다가온다. 격렬한 움직임 후엔 복잡하게 얽힌 머리 속 고민들도 가닥이 잡히곤 한다.
심리학에서는 몸이 마음을 움직이고 새롭게 가다듬는 것을 연구하는데, 이는 최근 뇌 과학 분야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소림사 스님들이 몸을 갈고 닦아서 도를 깨우친다는 것이 같은 맥락인지도 모르겠는데, 나에게 춤은 마음을 추스르는 일이고 춤을 가르치는 시간은 제자들과 도를 깨우치려 애쓰는 과정이다. 실제로 다양한 연령층의 제자들과 함께하다 보면, 몸이 마음을 움직이기도, 또한 마음이 몸을 움직이기도 하는 것을 실감한다. 내 춤사위가 그들의 몸을 움직이고, 그들의 몸짓이 내마음을 움직이기도 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힘겹게 일상을 지켜내는 사람들은 몸과 마음에 상처를 쌓아가고 있다. 스트레스와 우울증은 물론이고 침침하고 안보이는 눈, 관절 곳곳의 통증을 알면서도 당장 쓰러지는 않으니 하루이틀 보내며 병을 키운다. 그래서 정신과, 재활의학과, 정형외과를 망라한 종합처방이 시도되고, 대체적 혹은 보조적 방법으로 웃음치료, 음악치료, 최면요법, 통곡요법, 마사지치료 등이 개발되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스트레칭 전후의 달라진 기분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어떤 날은 오늘하루 운동량을 다한 듯한 기분도 느꼈을 것이다. 이렇듯 몸을 쓴다는 것은 몸을 새롭게 함은 물론이고 마음의상태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춤은 어떤 종류이든 음악과 함께한다.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때론 느슨하게 때론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다 보면 거친 숨결과 함께 가슴 속의 응어리가 차오르고 절로 눈물이 흐른다. (물론 내 몸과 마음에서 뱉아내는 감정선은 다양하다) 사실 나는 춤을 추며 흐르는 눈물의 경험을 자주하는 편이다. 내 자신과 춤을 통해 대화를 나누고, 비로소 내 아픔을 치유한다는 느낌이거나, 잊고 살았던 내가 가진 행복을 찾아가는 느낌이랄까?
어떤 분은 이런 몸과 마음의 변화를 섹스에 비견하는데,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춤이 더 풍부한 감정선을 담을 수 있는, 음악치료와 통곡요법이 더해지는 더 폭넓은 체험이라고 믿지만.. 격렬한 춤을 끝내고 명상으로 몸과 마음을 정리하다 보면 (내 몸에 흐르는 땀과 함께) 생각의 찌꺼기들이 가라앉는데 이는 최면요법에서 볼 수 있는 효과이다.
춤은 나이와 몸 상태에 맞게 움직임을 구성하고 긴장과 이완, 회전과 도약을 오가며 감성을 풀어낸다. 전문적인 대회가 아니라면 춤은 상대를 이기려 무리하게 몸을 쓰고 감정을 소모하지 않고 자신에 맞는 동작으로, 자연스런 감정을 표현해 가며 즐길 수 있다. 중국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태극권 역시 그들 나름의 춤이 아닐까?
춤과 피부건강
춤은 인간이 억지로 만들어낸 행위가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태어나는 본능 중 하나이다. 춤은 인류 역사와 함께 이어져왔다. 선사시대 사냥에 성공한 인류는 나무판을 두드리며 기쁨의 움직임을 함께하며 즐거운 식사를 했을 것이고, 문명시대의 제사나 중요한 모임에도 춤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북돋우는 역할을 했다. 고대 신화나 성경에도 나오듯이 향유(香油)는 춤과 함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고양시키는데 쓰였다.
향수의 영어 말인 perfume이 fume(연기)에서 유래한다는 설이 있듯이 선사시대의 ‘원시 바비큐’의 훈제향기나, 제전이나 종교행사에서 피운 향에 이르기까지 여러 종류의 향(香)은 불과 함께 사람들의 정신을 가다듬고 뜻을 모으는데 쓰였다. 발레는 물론 여러 종류의 춤들이 공연예술이 되면서 향과 떨어졌지만, 소규모의 춤 강습에서는 아로마 오일이나 사찰에서 쓰는 선향(線香)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한때 멀어졌던 향과 춤이 다시 만난 것일까?
춤은 여러 감각이 함께할 때 더 큰 치유효과가 있다. 감각을 깨우고 자극했을 때, 비로소 우리의 감정선들이 보다 정확하게 살아난다. 향과 함께 음악에 몸을 맡긴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내 춤사위는 이미 내 안의 모든 감정들과 하나가 되어있다. 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과정은 곧 내 피부가 건강해지는 과정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운동은 땀과 함께 노폐물을 배출시키고 피부 혈류와 산소공급을 증가시켜서 몸을 재생시킨다. 피부는 그 효과가 가장 눈에 띄게 나타나는 부분이다. 운동에 집중하면서 감정의 찌꺼기들이 잊혀지고 운동에 담긴 원시적 행동들이 억눌린 욕구를 해소한다. 힘껏 공을 때려서 보내고 파란 하늘 밑의 넓은 잔디밭을 걷는 골프도 이런 욕구해소의 일환이다. 춤은 음악과 함께 기쁨과 슬픔 즉, 다양한 감정들을 담긴 동작을 자유롭게 표현하므로 운동과 또다른 (내 생각에는 더 나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공원 한구석이든 좁은 방안이든 그에 맞는 춤을 몸상태에 맞는 동작으로 즐길 수 있으니 역시 고마운 일이다.
최근 여러 종류의 오일과 향을 접하면서 내가 사랑하는 춤과 함께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용기내어 써보았다.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사진=ayakovlev_com/deposit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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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객원칼럼니스트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