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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과 향이 만나면 몸과 마음이 살아난다


(SUMMARY)

누구나 자신의 춤을 추고 자신의 향기를 가질 수 있다. 배 나온 중년 아저씨의 몸짓과 그에 담긴 감성은 고대 종교의식의 춤이나 비구니의 승무만큼 소중하다. 고급의 아로마 향이 아니어도 삶의 흔적이 담긴 체취는 무엇보다 솔직하고 소중하다. 그러나, 선인들이 수 만년 동안 쌓아온 춤과 향의 지혜를 알면 훨씬 더 좋은 경험을 키워낼 수 있다.

향과 함께 춤을 추고나면 호흡 또한 차분해지고 일상 속에서 닳고 무뎌졌던 감각들이 살아나며 몸과 마음이 한층 밝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향의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에 상황과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도 있는 장점도 있다.

고대 신화나 성경을 읽다보면 향유(香油)에 대한 얘기가 자주 나온다.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소중함이 인정되어 종교적 성격을 갖게 되고 의식(儀式)으로 발전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고대부터 여러 종교들은 의식에 춤이 함께하였는데, 집단적 명상과 심리적 해소의 과정에서 춤과 향유가 같이 역할을 해온 셈이다.

최근 피부와 호흡을 통해 몸에 흡수되는 다양한 향유들이 주목받고 있는데, 스트레스와 생체리듬 회복에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명상이 더해지면 수 만년 동안 이어온 종교의식의 지혜가 현대인에게 화려하게 부활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제 춤이 더해질 차례이다.

사람은 미각, 촉각, 후각, 시각, 청각 다섯가지의 감각을 통해서 세상을 이해하고 나름의 감성을 갖게 된다. 향유는 고대로부터 이들 오감(五感)에 함께 작용하면서 사람의 몸과 마음을 때론 달래고 때론 살려왔다. 향유와 함께한 춤은 이들 오감을 북돋우며 또다른 하나의 감각, 영감(靈感)을 이끌어 냈다고 생각한다.

춤을 추다 보면 벅차오르는 감동 속에서 내가 모르던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영혼이 정화되며 다른 세상에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가쁜 숨을 모으며 몸과 마음을 진정시키다 보면 상념의 찌꺼기들이 순화되고 욕심과 걱정이 사라지는 경험을 한다. 고대 신화나 성격의 무녀(巫女)들이 이런 체험들 속에서 특이한 영적 존재가 되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 적도 있다.

모든 배움은 어렵고 부끄럽다. 춤도 그렇다

누구나 자신의 춤을 추고 자신의 향기를 가질 수 있다. 배 나온 중년 아저씨의 몸짓과 그에 담긴 감성은 고대 종교의식의 춤이나 비구니의 승무만큼 소중하다. 고급의 아로마 향이 아니어도 삶의 흔적이 담긴 체취는 무엇보다 솔직하고 소중하다. 그러나, 선인들이 수 만년 동안 쌓아온 춤과 향의 지혜를 알면 훨씬 더 좋은 경험을 키워낼 수 있다.


▲ 김수진, 댄스 인스트럭터, 아그네스 인스티튜트 대표

세상 모든 일이 그렇지만 춤을 처음 배울 때는 모든 것이 힘들고 어색하다. 거울에 비친 낯설고 어색한 나의 몸짓은 부끄럽기 짝이 없고 행여 남들이 볼까 민망하다. 고스란히 드러나는 나의 몸도 부끄럽기는 마찬가지다. 동작의 의미를 모르니 춤의 앞뒤도 기억이 안 나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어린 시절 발레를 시작할 때의 일이다. 왜 가슴을 펴고 어깨를 내리며 배에 힘은 왜 주는지, 체중이동과 밸런스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 이해가 잘 안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운이 좋았던지 원장 선생님께서 초등학생인 나를 대학생 오빠의 연습 파트너로 지명해주셨다. “언젠가는 꼭 멋진 발레리노와 춤을 출거야”라며 꿈을 키우던 나에게 생전 처음 파드되(pas de deux: 2인 무용) 기회가 온 것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했던 아름다운 동작은커녕 중심도 제대로 못 잡아 넘어지는가 하면 오빠의 발을 밟는 실수도 저지르고 말았다.

대학생 오빠의 연습에 아무 도움도 못된 미안하고 창피한 경험이었고 나에 대한 실망도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한가지 중요한 것을 배웠다. 기본 동작이 몸에 베어있지 않으면 발레의 선을 만들어 낼 수도 없고 파트너와의 호흡도 불가능하다는 교훈이었다.

방송댄스는 발레와 다른 대중예술이지만, 나름의 어려움이 있다. 방송의 눈높이에 맞는 동작에 인상적인 안무 포인트를 담으려면 남다른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방송 스튜디오는 전문 공연장과 달리 공간이 제약되고 무대마다 달라서 종종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곳곳에 있는 장비들과 플로어의 이물질은 굽 높은 힐을 신고 격한 동작을 하는 댄서들에게는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다. 실제로 필자는 유명가수의 라이브 콘서트에서 오른쪽 힐의 굽이 부러져서 까치발로 공연을 마친 뒤 무릎과 발목의 통증으로 한의원을 밥 먹듯이 다니며 고생했던 경험이 있다. 고전 발레에서 시작한 필자에겐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그 후에 경험한 여러 춤들도 다들 처음 시작할 때의 어려움은 늘 새롭고 다양했다.

향과 함께 호흡하는 편안한 배움

춤을 처음 배울 때는 왜 이런 동작들이 필요하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이해가 안 되고, 안 쓰던 근육과 관절에 무리가 가서 안 쑤시는 곳이 없다. 몸 곳곳이 멍투성이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초보자에게 춤을 가르칠 때는 유난히 기본동작을 강조하고 그 의미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춤을 가르치는 일은 학생이 춤에 맞는 몸을 갖도록 만들어주는 과정이다. 춤이란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동작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과 움직임을 이해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재미없고 힘들다 보니 포기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래서 필자는 재미있는 대화, 친숙한 음악으로 조금씩 자신을 표현하는 체험을 쌓게 하고 때로는 자유로운 동작으로 억눌린 감정을 발산하도록 한다. 마무리 시간에는 숨을 고르고 몸과 마음을 다잡으며 춤에서 얻은 몸과 마음의 성장을 오롯이 간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춤은 동작이지만 호흡이기도 하다. 몸과 마음이 어우러지며 숨결을 통해 우주와 이어지는 것이 춤이라 생각한다. 춤에 대한 배움이 깊어질수록 숨이 날고 드는 ‘호흡’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전문가일수록 호흡이 중요하고, 그래서 호흡을 인위적으로 안정적이고 차분하게 하는, 명상상태에 빠져들게 하는 훈련이 존재한다. 하지만 취미나 여가로서 춤을 시작하는 분들에게는 이 역시 낯설고 힘든 일이다. 그래서, 필자는 댄스 레슨에 향을 더해서 나름의 성과를 얻고 있다.

향과 함께 춤을 추고나면 호흡 또한 차분해지고 일상 속에서 닳고 무뎌졌던 감각들이 살아나며 몸과 마음이 한층 밝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향의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에 상황과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도 있는 장점도 있다.

시인 조지훈은 그의 시 승무(僧舞)에서 비구니의 정결하고 맵시있는 춤 사위를 나비에 비유하면서 고양되는 감정을 담아 선정(禪定)에 드는 합장으로 묘사하고 있다. 늦은 시간 법당의 풍광 속, 스님의 ‘돌아설 듯 날아가는’ 춤사위에는 어떤 상념이 담겨 있었을까? 선정을 향해 다가가는 그녀의 숨결에는 무엇이 들고 났을까? 필자는 승무의 춤사위를 따라 해보면서 가사(袈裟) 자락의 알싸한 촉감과 산사의 은은한 불향(佛香)을 상상해 보았다.


김수진, 댄스 인스트럭터, 아그네스 인스티튜트 대표


[사진=IgorVetushko/deposit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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