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노인, 윤여정

며칠 전,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배우의 소식이 화제다. 거의 모든 미디어에서 윤여정배우의 소식을 다루고 있으며, 그녀와 관련한 수많은 인터뷰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더욱이 그녀가 출연했던 과거의 작품이나 프로그램, 그리고 장면 하나하나가 SNS를 통해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그녀는 1947년생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한국나이로는 75세, 생일이 지나지 않은 만 나이로는 73세이다. 인구학적으로 보면, 그녀는 이미 80세의 초고령을 향해 가고 있는 전형적인 노인이다. 그런데 이런 노인이 대한민국을 들끓게 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배우 윤여정이란 표현은 많은 사람들에게 너무나 사랑스러운 단어이지만, 노인으로서의 윤여정은 서글픈 표현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배우 윤여정에 대한 매력과 아름다움, 그리고 그녀의 훌륭하고 뛰어난 언변과 위트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지만, 노인으로서 그녀가 얼마나 훌륭한 노년을 보내고 있으며, 또 얼마나 멋진 노인인지 노인의 관점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시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녀의 매력을 솔직함과 당당함이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많다. 수많은 수상소감과 인터뷰에서 보여준 것처럼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데 거침이 없다. 너무나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서 놀라며, 또 자신의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소위 콩글리쉬로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그녀에게 두 번째로 놀라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영어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은 영어를 공부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안다.


영어라는 언어가 주는 핸디캡을 극복한 점은 차치하고라도, 그녀는 수많은 프로그램과 인터뷰에서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고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과거에는 때론 까칠하다라는 평을 들을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이야기하는 할머니 배우에게 대중은 열광한다. 아마도 현실의 기성세대가 보이고 있는, 언행이 불분명하고 불일치하는 세태에 대해 느끼는 반작용일지도 모른다.



더욱 놀라운 것은 노배우가 이야기하는 주제나 테마가 단지 작품에 한정한 것만이 아니고 세상의 많은 현상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는데, 대부분 옳은 말인 것도 같고 정도를 결코 지나치지 않으며, 상대방의 잘 잘못에 대해서도 통렬하게 비판도 곁들인다는 점이다. 이는 마치 논어의 ‘위정’에 나오는 ‘칠십이종심소욕불유구(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즉 일흔살, 마음에 하고자 하는 바를 따라도 법도를 넘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떠오르기도 하는 점이기도 하다.


즉 정리해 보면, 노배우의 매력은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고 당당하게 표현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의 솔직함 속에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라는 그녀의 자애로움이 숨어있다. 상대방을 배려하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기술은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이는 나이를 먹어서 연륜이 쌓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즉 그녀가 훌륭한 노인이기 때문이다.


사실, 솔직하고 당당하다는 것은 때로는 양날의 검이 된다. 솔직하게 하는 충고가 상대방에게는 너무나 아픈 상처가 되는 경우를 수없이 봐온 우리는, 노배우가 적당히, 선을 넘지 않으면서 상대방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표현하는 것을 보는 것은 경이롭다. 본인은 별 생각 없이 그렇게 한다고 하지만, 필자가 보기엔 좋은 노인으로 가고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많은 나이든 사람의 경우, 자신의 살아온 생각을 바탕으로 타인에게, 특히 나이 어린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충고한다고 하면서, 강요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자신이 보기엔 틀렸다고 지적하고, 이 길로 가면 안 된다고 충고하며,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하지만, 결국 솔직함을 빗대어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이다.


윤여정 노배우가 어떤 인터뷰에서 밝힌, 세상은 무지개와 같다고 표현한 점이 이채롭다. 무지개 각각의 색깔이 다른 점과 같이, 인종이나 성별, 타인의 생각이나 사상 그리고 나이에 따른 세대의 차이 등, 세상의 모든 것은 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당하고 자신감 있지만, 사려 깊고 타인을 배려하는 노인, 이러한 노년의 태도는 굳이, 논어까지 가지 않더라도, 세계적인 장수학자이신 박상철교수가 제창했던 ‘당당한 장수(Confident Aging)’의 개념 안에서도 슬기로운 노인 생활의 시작점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나이만으로 어떤 사람을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성격, 살아온 환경과 생각 그리고 지금 보여주는 말과 행동으로 판단되는 당당한 노인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NAVER, 포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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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