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을 따고도 쓸 줄 모른다 – 한국 아로마테라피의 현실을 묻다
자격증을 따고도 쓸 줄 모른다 – 한국 아로마테라피의 현실을 묻다
아로마테라피(Aromatherapy)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대형 서점의 건강 코너에서는 아로마테라피 입문서를 쉽게 발견할 수 있고, 각종 플랫폼에서는 다양한 에센셜오일(Essential Oils)의 효능과 활용법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넘쳐나며, 많은 외국의 아로마테라피 전문가들이 한국을 방문해서 아로마테라피 관련 세미나를 열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아로마테라피를 배우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자연에서 온 치유’, ‘향기 치료’라는 매력적인 이미지와 더불어, 다양한 자격증 과정이 개설되고 있어 진입 장벽 또한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자격증을 취득한 이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한 가지가 있다.
“자격증은 땄는데, 막상 오일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는 단순한 개인의 고민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자격증 수료자들이 아로마테라피를 실제 삶에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그 이유는 바로 ‘기능하지 않는 자격증 교육’에 있다고 할 수 있다.
1. 향기 중심 교육의 한계 – 기억은 남지만 치유는 남지 않는다
현재 한국 내 다수의 아로마테라피 교육과 자격증 과정은 대부분 ‘향기 이미지’ 중심의 구조를 따른다.
라벤더는 불면에, 레몬은 상쾌함에, 페퍼민트는 집중력에 좋다는 식의 설명은 듣기엔 이해하기 쉽고 암기하기도 편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정보들이 단편적이고 정형화된 인상만 남긴 채, 실제 질병 상황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자격증 과정은 ‘이 오일은 무슨 향이고, 어떤 감정 상태에 좋다’는 식의 설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이런 정보도 아로마테라피 입문자에게는 유익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병증(Pathology)에 기반하지 않고, 향기(Image)에 기대어 작동하는 교육에 불과하다. 병의 원인이나 체내에서의 작용 기전을 분석하지 않은 채, ‘이 오일이 좋대요’라는 말로 마무리되는 설명은 마치 참고서에 실린 정답만 외우는 공부와 같다.
즉, 해당 오일이 어떤 화학 성분을 중심으로 작용하는지, 이 성분이 체내에서 어떤 생리학적 경로를 통해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것이 특정 병증에 왜 효과를 보이는지를 설명해주는 교육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학습자는 ‘왜 이 오일이 좋은지’를 이해하지 못한 채, ‘좋다고 하니까 그냥 쓰는 것’에 머물게 되며, 이는 아로마테라피가 단순한 감성 소비로 오인되게 만드는 근본적인 문제다.
정답만 암기한다고 해서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듯, 오일의 이름만 외운다고 해서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2. MLM 기반 아로마테라피 교육의 구조적 한계
한국에서 아로마테라피를 확산시키는데 MLM회사의 역할이 크다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다만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일종의 구조적인 문제로서, 특정 브랜드 중심의 다단계 판매 구조, 즉 MLM(Multi-Level Marketing)에 기반한 아로마테라피 교육이다.
이러한 다단계 마케팅(Multi-Level Marketing, MLM) 기반의 에센셜오일 판매 회사들은 자사의 제품 판매를 중심으로 교육 시스템을 운영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 안에서는 특정 기업의 에센셜오일을 중심으로 커리큘럼이 구성되어 있으며, 수강생은 교육을 받는 동시에 해당 제품을 구매하거나 판매하는 구조에 자연스럽게 편입된다. 아로마테라피 교육 자체가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교육이 ‘치료를 위한 지식’이 아니라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화술과 방법’을 익히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는 점이다. 여기서 자주 들리는 문구는 다음과 같다.
- “이 오일은 우리 회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이에요.”
- “우리 회사의 라벤더는 진짜 순수하니까 효과가 좋아요.”
- “이 블렌딩은 본사에서 추천한 레시피에요.”
이러한 설명에는 병증에 대한 고민이나, 약리적 분석, 또는 오일에 들어 있는 화학 성분에 대한 논의를 하기가 어렵게 된다. 마치 ‘정답 노트’를 들고 와서 그대로 읽어주는 과외처럼, 자신의 사고나 임상 경험 없이 누군가의 결론만을 반복하게 된다.
어떤 에센셜오일이 어떤 병증에 왜 효과적인지에 대한 약리학적(Pharmacological) 근거는 생략되고, 브랜드 중심의 일방적인 정보 전달만 남게 되면, 결국 “이 오일을 쓰세요. 우리 회사 제품입니다”라는 식의 결론으로 귀결되기 쉽다. 즉, 아로마테라피스트(Aromatherapist)의 역할이 ‘치료자’가 아니라 ‘판매자’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3. 자격증보다 중요한 것 – 병에서 시작하는 사고 구조
그렇다면, 이러한 현실에서 진정한 아로마테라피 전문가란 누구이며, 아로마테라피의 가치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지금의 아로마테라피 시장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병’에서 출발하는 사고다.
즉, 어떤 병이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분석하고, 필요한 약리 작용(Pharmacological Action)을 도출한 후, 해당 작용을 유도할 수 있는 약리적 화학 성분을 찾고, 그 성분을 함유한 에센셜오일을 선택하며, 마지막으로, 환자에 맞는 비율과 방식으로 블렌딩하는 ‘목적 중심 블렌딩 설계(Targeted Blending)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편두통 환자에게 단순히 “페퍼민트는 두통에 좋아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1. 편두통의 원인 분석 – 혈관 확장, 신경 염증, 스트레스 요인
2. 약리적 필요 추출 – 진정작용, 혈관수축작용, 항염작용
3. 성분 확인 – 에스테르류(진정), 모노테르페놀류(항염), 케톤류(순환 촉진)
4. 해당 오일 선택 – 라벤더, 마조람, 바질, 캐모마일 등
5. 개인별 블렌딩 설계 – 체질과 증상 정도에 따라 맞춤 조합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에센셜오일은 단순한 향기가 아니라, 대체의학적인‘치료적 도구’로 자리 잡게 된다.
4. 질병 접근형 아로마테라피의 필요성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질병 중심의 사고’이다. 그리고, 질병 중심의 사고 철학은 ‘임상 아로마테라피(Clinical Aromatherapy)’ 또는 메디컬 아로마테라피(Medical Aromatherapy)로서의 역할이 필요하게 된다.
이러한 접근은 병의 원인을 이해하고, 어떤 생리적 반응이 일어나는지 파악하며, 이에 맞는 약리 작용(Pharmacological Action)을 찾는 방식이며, 이 과정에서 성분 중심(Component-based)으로 에센셜오일을 분석하고, 해당 성분이 포함된 오일을 찾아 목적 중심의 블렌딩(Targeted Blending)으로 이어지는 임상적인 접근 방법을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를 기반으로 한 아로마테라피 교육은 드물다. 다만, 일부 메디컬 아로마테라피 협회, 특히 일본 메디컬 아로마테라피 협회(Japan Medical Aromatherapy Association, JMAA)는 오랫동안, 그 원칙을 견고히 지키며, 단순 자격증을 넘어 실제 임상적 활용이 가능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곧, 자격증을 위한 공부가 아닌 ‘치료를 위한 공부’, 다시 말해 실전적이고 실용적인 아로마 교육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5. 이제는 치료 중심의 아로마테라피의 시대
아로마테라피 자격증은 여전히 유효한 도구이다. 그러나 그것은 출발점일 뿐, 목적지는 결코 아니다.
에센셜오일은 향기만으로도 사람을 위로하고 감정을 다스릴 수 있지만, 그 안의 화학 성분은 실제로 병증에 작용할 수 있는 치유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는 사람, 즉 진짜 힐러(Healer)인 메디컬 아로마테라피스트가 필요한 시대이다.
이제 아로마테라피는 향기를 넘어, 질병에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오일의 이름을 외우는 자격증이 아니라, 병증에 따라 약리작용과 성분을 분석할 수 있는 사고력이다.
지금 아로마테라피를 공부하고 있거나, 이미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혼란을 겪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자.
“나는 향기에서 출발하고 있는가, 아니면 병에서 출발하고 있는가?”
향기에서 출발하는 아로마가 아닌, 병에서 출발하는 아로마테라피, 지금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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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 (발행인)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