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트포제(Gattefossé)의 실험 이후, 100년의 질문
1928년경 프랑스의 화학자 르네 모리스 가트포세(René-Maurice Gattefossé)는 실험 중 발생한 화상에 대해 직관적인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는 실험 중 손에 심각한 화상을 입었고, 곧바로 근처에 있던 라벤더 오일(Lavender Oil) 통에 손을 담갔습니다. 이후 상처가 감염되지 않고 빠르게 회복되었으며, 이 사건은 그가 ‘아로마테라피(Aromathérapie)’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공식화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1937년에 출간한 저서 『Aromathérapie: Les Huiles Essentielles, Hormones Végétales』는 오늘날 아로마테라피의 시초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 정작 화상치료 전문 병원이나 제약회사들은 왜 라벤더 오일을 치료에 사용하지 않는 것일까요? 이 물음은 단순히 라벤더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체 에센셜오일의 ‘약리효과’와 ‘의료 체계’ 간의 괴리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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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라벤더 오일의 주요 성분과 약리효과는 실제로 입증되었는가?
라벤더 오일(Lavandula angustifolia)은 주로 리날룰(Linalool)과 초산 리나릴(Linalyl acetate)이라는 에스테르 계열과 모노테르펜 알코올 계열의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각각 다음과 같은 약리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 리날룰(Linalool): 항염(anti-inflammatory), 진정(sedative), 진통(analgesic)
• 초산 리나릴(Linalyl acetate): 항염, 항경련, 진정작용
실제로 『Journal of Burn Care & Research』 (2016년)에는 "Lavender oil in burn wound healing"라는 제목의 리뷰논문에서, 라벤더 오일이 실험동물에서 상처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언급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전임상(pre-clinical) 수준의 연구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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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왜 병원에서는 사용하지 않는가?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의학적•법적•상업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① 의학적 표준화 문제
현대 의학은 성분의 농도, 순도, 용량의 반복성과 안정성을 요구합니다. 에센셜오일은 자연물 기반이기 때문에, 생산 시기, 지역, 기후에 따라 성분비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는 약리학적 측면에서 일관된 치료효과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야기합니다.
② 임상시험 및 FDA 인증의 벽
라벤더 오일이 진짜 ‘치료제’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수백억 원에 이르는 **무작위 이중맹검 임상시험(RCT)**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고, FDA나 EMA 등의 인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중맹검은 제품의 품질을 공정하게 테스트하기 위한 블라인드테스트를 말함) 하지만 특허 보호가 불가능한 자연물 기반 제품은 그만한 투자 대비 수익이 나지 않기에,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사업성이 없습니다.
③ 화장품 또는 건강보조식품으로 분류
현재 대부분의 에센셜오일은 의약품이 아닌 '화장품' 또는 '보완요법'으로 분류됩니다. 이는 의료행위에서 사용하는 데 법적 제한이 있으며, 임상의사들도 이를 신중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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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렇다면 에센셜오일은 무의미한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현대의학은 질환을 급성 증상 기반으로 억제하는 데 초점이 있는 반면, 아로마테라피는 몸 전체의 항상성 유지(homeostasis), 정서 안정, 만성 질환 예방 등의 측면에서 매우 강력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컨대,
• 라벤더 오일은 수면장애, 불안장애, 불면증에 대해 미국 심리학회(APA)에서도 완화 보조요법으로 권장하고 있으며,
• 독일연방보건청(BfArM)은 Lavandulae aetheroleum(라벤더 정유)을 신경불안 완화에 적절한 식물의약품(HMP)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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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진정한 통합의료는 무엇인가?
오늘날의 ‘의료’는 점점 더 기계적 진단과 처치로 기울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몸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감정, 환경, 면역, 생활양식의 총합체입니다.
라벤더 오일이 그 작은 손바닥 위 화상에서 발휘했던 치유력은, 자연의 리듬과 인간의 회복력이 만나 일어난 사건이었을지 모릅니다.
따라서 우리가 진정으로 반문해야 하는 것은,
“왜 제약회사는 라벤더 오일을 쓰지 않는가?”가 아니라,
“우리는 왜 라벤더 오일의 힘을 잊고 사는가?”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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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및 인용
• Gattefossé, R. (1937). Aromathérapie: Les Huiles Essentielles, Hormones Végétales.
• Lee, M. S., & Ernst, E. (2011). "Aromatherapy: A systematic review." Maturitas, 67(4), 339–345.
• Prashar, A., Locke, I. C., & Evans, C. S. (2004). "Cytotoxicity of lavender oil and its major components to human skin cells." Cell Proliferation, 37(3), 221–229.
• U.S. National Library of Medicine. (2016). Lavender oil in burn wound healing. Journal of Burn Care & Research.
• BfArM – Bundesinstitut für Arzneimittel und Medizinprodukte (2022). Phytotherapy Monograp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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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질문
이제 독자 여러분께 질문을 드립니다.
라벤더 오일의 힘이 단지 “옛이야기”에 불과한 것일까요? 아니면 아직도 우리가 충분히 주목하지 못한 자연치유의 열쇠일까요?
다음 기사에서는 실제로 화상에 적용된 라벤더 오일 기반 블렌딩과 임상사례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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