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센셜오일(Essential Oil)은 단순한 향기가 아니라 식물의 생명력과 치유력을 농축한 복합체이다.
우리는 흔히 에센셜오일을 선택할 때 ‘좋은 향’이라는 주관적 인상에 의존하지만, 정작 이 향이 말해주는 과학적 또는 치료적 메시지는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본 기사는 에센셜오일의 향을 보다 정확하게 평가하고 이해하는 7가지 방법을 소개함으로써, 향의 감각적 즐거움을 넘어 그 안에 담긴 정보와 작용을 파악하는 전문적 접근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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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 향에서 기본 향까지: 3단계 향기 구조 이해
에센셜오일의 향은 향수(perfume)와 마찬가지로 Top(상향) – Middle(중향) – Base(하향)의 세 층으로 나뉘어 인지된다.
• Top Note (상향): 오일을 처음 맡았을 때 느껴지는 가볍고 빠르게 휘발하는 향이다. 대부분 시트러스계(예: 레몬, 베르가못)나 허브계(예: 페퍼민트)의 성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 Middle Note (중향): 향의 중심을 이루며, 전체 조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라벤더나 제라늄 등이 대표적이다.
• Base Note (하향): 가장 느리게 휘발되며, 오일의 지속성과 안정감을 담당한다. 파촐리나 베티버, 시더우드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러한 향의 층을 구분해서 맡아보는 훈련은 향기의 시간적 변화를 감지하고 향기 조합의 밸런스를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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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향의 '퍼짐'과 '잔향'에 주목하라
에센셜오일의 향기는 공간 안에서 어떻게 퍼지는가, 그리고 피부나 종이에 남는 '잔향'(dry down)이 어떠한가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상을 줄 수 있다.
• 퍼짐(Diffusion): 향이 확산되는 속도와 범위를 관찰하라. 가볍고 날카로운 향은 빠르게 퍼지며, 무겁고 묵직한 향은 천천히 주변을 감싼다.
• 잔향(Persistence): 시간이 지난 후에도 남아 있는 향의 성질은 오일의 분자 구조와 관련이 있다. 테르펜 계열(예: 리모넨, 베타카리오필렌)은 휘발이 빠른 반면, 알코올류나 페놀류는 상대적으로 오래 지속된다.
이 두 가지 요소를 비교하면서 오일의 향기 지속력, 공간 활용성, 블렌딩 적합성 등을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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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감정 반응을 객관화하는 감각 일지 작성
에센셜오일의 향기는 후각을 통해 감정 중추인 변연계(limbic system)에 직접 작용하므로, 어떤 향을 맡았을 때 불쾌하거나 매혹적이라는 반응은 단순 기호의 문제가 아니다.
향기를 맡을 때마다 다음 항목을 기록해보자.
• 첫 인상: 무겁다 / 가볍다 / 차갑다 / 따뜻하다
• 연상 이미지: 숲 / 바다 / 약국 / 꽃밭 등
• 감정 반응: 편안함 / 불쾌함 / 집중력 향상 / 졸림 등
• 신체 반응: 두통 / 쾌적함 / 메스꺼움 등
이러한 감각 일지는 오일과의 궁합을 찾고, 나아가 개인 맞춤형 블렌딩을 설계할 때 중요한 자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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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종이 스트립 테스트 vs 피부 흡입 테스트
향을 평가할 때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 종이 스트립 테스트: 향의 휘발성과 일반적 노트를 파악하는 데 적합하다. 테스트 종이에 한 방울 떨어뜨린 뒤 최소 10초 후부터 맡기 시작한다.
• 피부 테스트: 체온과 피부 화학반응을 고려한 향을 파악하는 데 유리하다. 희석 후 팔목 안쪽이나 귓불 뒤에 소량 도포하여 반응을 살핀다.
모든 평가는 가능한 동일한 환경(무취 공간, 일정한 온도, 무향의 손 세정 상태 등)에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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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심신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향기 지각
같은 오일도 신체 상태(피로, 스트레스, 수면 부족 등)나 생리주기, 감정 상태에 따라 향의 인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는 향기 자체가 변한 것이 아니라 후각 수용체의 민감도와 중추신경계의 반응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 평가 시에는 평가자의 상태를 메모하고 여러 날에 걸쳐 반복 관찰하는 것이 객관적 평가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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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에센셜오일의 산화와 변질에 주의하라
향이 날카롭거나 금속성 느낌이 강할 경우, 이는 오일의 산화 가능성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특히 시트러스계 에센셜오일은 휘발성과 불포화 결합 구조로 인해 쉽게 산화되며, 이는 향의 변화뿐 아니라 피부자극 가능성도 높인다.
산화된 오일은 냄새가 무겁고 자극적이며, '신 냄새', '기름 냄새', '플라스틱 냄새'와 유사한 인상을 준다. 따라서 제조일자, 보관상태, 용기의 밀폐 여부 등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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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향 평가를 위한 훈련: 오일 비교 테이스팅
마지막으로 전문적인 향 평가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향 테이스팅’을 권장한다. 아래와 같은 비교 실습이 도움이 된다.
• 같은 식물의 다른 생산지(라벤더 불가리아 vs 라벤더 프랑스)
• 같은 오일의 다른 추출법(로즈앱솔루트 vs 로즈오토)
• 블렌딩 전후의 향 비교(라벤더 단일 vs 라벤더+티트리)
이러한 훈련을 반복할수록 향의 미묘한 차이와 성분에 대한 직관이 향상되며, 치료용 블렌딩에서도 정교한 판단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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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마치며: 향을 '듣는' 감각, 아로마 테이스터의 길
향을 평가하는 일은 단순한 후각 테스트가 아니다. 그것은 식물의 언어를 해석하고, 분자의 파장을 직감하며, 사람의 몸과 감정에 연결시키는 고도의 예술적이자 과학적인 과정이다.
에센셜오일은 ‘향기’라는 감각 너머에서 그 사람의 상태를 읽고, 공감하며, 치유로 인도하는 도구이다.
향기를 읽는 눈이 길러질수록, 오일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의사소통하는 치유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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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ential Times는 향기를 읽는 전문가, 곧 아로마 테이스터(Aroma Taster)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이 기사가 작은 나침반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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